M 모드 + ISO 오토로 강아지 찍을 때 조리개를 잊으면 생기는 일|1,120장 중 175장이 ISO 6400 이상이었던 이유 (EOS R8)
지난번 셔터속도 글에서 반려견 촬영에는 M 모드 + ISO 오토를 추천했습니다. 셔터와 조리개는 내가 고정하고, 밝기는 카메라가 ISO로 맞춰 주니까요. 그런데 이 방식에는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조리개를 잊고 있으면 ISO가 끝없이 올라간다는 거예요.
작년 6월 영천의 애견 운동장 '댕꿀'에서 4시간 동안 찍은 1,120장의 촬영 정보(EXIF)를 다시 열어 봤더니, 제가 바로 그 함정에 빠져 있었습니다. 당시 바디는 EOS R8, 렌즈는 지금은 처분한 RF 24-105mm F4 L이었어요.

105mm · F5.6 · 1/4000초 · ISO 1600 · EOS R8 — 물방울까지 멈춘 1/4000초
그날 설정: 1/4000초 고정, ISO는 카메라에 맡김
1,120장 전부 노출 모드가 M(수동)이었고, ISO는 장마다 달라서 ISO 오토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노출 보정은 845장이 +1/3이었어요. 참고로 캐논은 M 모드에서도 ISO를 AUTO로 두면 노출 보정을 걸 수 있습니다.
셔터는 1/4000초가 792장으로 압도적이었습니다. 운동장을 전력으로 뛰고, 수영장에서 물을 튀기는 장면이 많아서 셔터를 가장 빠르게 고정해 둔 거죠. 위 사진처럼 물방울이 알알이 멈춘 건 1/4000초 덕분입니다.

97mm · F8 · 1/4000초 · ISO 3200 — 뛰는 장면은 문제없이 멈췄지만 ISO가 벌써 3200
문제는 ISO: 1,120장 중 175장이 ISO 6400 이상
그날은 하늘이 흐렸습니다. 흐린 날에 1/4000초를 고정하면 빛이 모자라고, 모자란 만큼은 ISO 오토가 다 떠안습니다. ISO 분포를 세어 보면 이랬어요.
| ISO | 장수 |
|---|---|
| 800 미만 | 120 |
| 800 ~ 1600 미만 | 107 |
| 1600 ~ 3200 미만 | 324 |
| 3200 ~ 6400 미만 | 394 |
| 6400 ~ 12800 미만 | 74 |
| 12800 이상 | 101 |
ISO 10000을 넘은 컷이 105장, 가장 높은 건 ISO 25600이었습니다. 한낮의 야외 운동장이었는데도요.
범인은 셔터가 아니라 조리개
셔터가 같은 1/4000초인 컷만 모아서 조리개별로 ISO 중앙값을 보면 원인이 바로 보입니다.
| 조리개 (1/4000초) | 장수 | ISO 중앙값 |
|---|---|---|
| F5.6 | 199 | 1600 |
| F6.3 | 188 | 2000 |
| F8 | 263 | 4000 |
| F14 | 53 | 5000 |
| F22 | 3 | 25600 |
F5.6에서 F8로 한 스톱 조이면 ISO가 1600에서 4000으로 뜁니다(시간대마다 빛이 달라서 정확히 두 배는 아니에요). 셔터를 1/4000초로 묶어 둔 상태에서 조리개까지 조이면, 그 손해를 전부 ISO가 메우는 구조예요.
전체로 봐도 F10 이상으로 찍은 237장의 ISO 중앙값은 6400, F10 미만 883장은 2000이었습니다. EXIF로 보면 조리개를 F14~F22로 둔 채 한동안 계속 찍은 구간이 있었던 것으로 보여요. M 모드는 조리개를 한 번 돌려 두면 바꾸기 전까지 그대로라, ISO 오토가 조용히 숫자를 올리는 걸 눈치채기 어렵습니다.

105mm · F8 · 1/4000초 · ISO 4000 — 서 있는 강아지에 1/4000초는 과했습니다. 1/1000초면 ISO 1000으로 충분했을 장면
같은 1/640초인데 ISO 200 vs ISO 20000
더 극단적인 비교도 있습니다. 둘 다 1/640초로 찍은 컷인데, 한 장은 ISO 200, 다른 한 장은 ISO 20000이에요.

42mm · F5 · 1/640초 · ISO 200 — 야외 단체사진

92mm · F14 · 1/640초 · ISO 20000 — 실내에서 조리개를 F14로 둔 채 찍은 컷
아래 컷은 실내라서 빛이 훨씬 적었던 데다 조리개가 F14였습니다. 렌즈 최대 개방인 F4였다면 3.5스톱 정도 밝아지니, 계산상으로는 ISO 2000 아래로 찍을 수 있었던 장면이에요. 원본을 100%로 확대해 보면 차이가 확실합니다.

원본 100% 확대(카메라 JPG). 왼쪽 ISO 4000은 털 결이 살아 있고, 오른쪽 ISO 20000은 흰 털이 뭉개져 솜처럼 보입니다
카메라 JPG는 노이즈 감소가 자동으로 들어가서 자글자글한 노이즈보다는 털 결이 뭉개지는 쪽으로 나타납니다. 흰 강아지라면 특히 아쉬운 부분이에요.
최악의 조합: F22 + 1/4000초 = ISO 25600

45mm · F22 · 1/4000초 · ISO 25600 — 의자 위에 가만히 있는 강아지
그날 가장 높은 ISO가 나온 컷입니다. 의자에 가만히 서 있는 강아지라서 1/250초, F5.6이면 충분한 장면이었어요. 이 경우 F22 → F5.6(4스톱), 1/4000 → 1/250초(4스톱)로 8스톱을 되찾을 수 있으니, 계산상 ISO 100이면 되는 장면을 ISO 25600으로 찍은 셈입니다.
M + ISO 오토를 쓸 때 지키는 규칙
- 조리개는 '기본값'을 정해 두기: 망원으로 강아지 한 마리를 찍을 때는 개방~F5.6, 여러 마리를 한 번에 담을 때만 F8. 바꿨으면 다음 장면 전에 되돌리기.
- 셔터는 장면에 맞게: 1/4000초는 물 튀기기·점프용. 뛰기는 1/1000~1/2000초, 서 있거나 앉아 있으면 1/250~1/500초면 충분합니다(지난 셔터속도 글의 표 참고).
- ISO 오토 상한 걸기: R8은 ISO 자동 범위의 최대값을 1스톱 단위로 정할 수 있습니다. 상한을 6400 정도로 걸면 그 이상 어두울 때는 사진이 어둡게 나오니까, 조리개를 잊고 있었다는 신호가 됩니다.
- 촬영 중 ISO 숫자 보기: 화면 아래 ISO가 5자리가 되면 일단 멈추고 조리개부터 확인.
- Fv 모드도 방법: R8에는 셔터·조리개·ISO를 각각 AUTO 또는 수동으로 고를 수 있는 Fv 모드가 있습니다. 상황이 자주 바뀌는 날엔 이쪽이 실수가 적을 수 있어요.
정리
- M + ISO 오토는 편하지만, 셔터와 조리개를 둘 다 고정하면 남은 부담이 전부 ISO로 간다
- 흐린 날 1/4000초 고정: F5.6이면 ISO 1600, F8이면 4000, F22면 25600
- 1,120장 중 ISO 6400 이상 175장. 대부분 조리개를 F10 이상으로 둔 구간
- 셔터는 장면에 맞게, 조리개는 기본값으로 되돌리기, ISO 오토 상한 걸기
지금은 R6 Mark II로 바꿔서 고감도 여유가 조금 더 생겼지만, ISO 25600을 ISO 100으로 바꿔 주는 건 결국 조리개와 셔터였습니다. 다음 출사부터는 셔터 다이얼보다 조리개 숫자를 먼저 보는 습관을 들이려고 합니다.
데이터: 2025-06-13 영천 '댕꿀'에서 찍은 JPG 1,120장의 EXIF(촬영 모드·조리개·셔터·ISO·노출 보정)를 파이썬으로 집계. '계산상 ISO'는 스톱 환산 추정값입니다.
참고 출처: Canon EOS R8 사용 설명서 「M: Manual Exposure」, 「ISO Speed Settings for Still Photos」, 「Fv: Flexible-Priority AE」 (cam.start.can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