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8일 새벽, 3년 만에 한국에서 볼 수 있었던 개기월식을 찍었습니다. 카메라는 기변 전이라 EOS R8, 렌즈는 RF 70-200mm F2.8을 200mm 끝으로 놓고 삼각대에 올렸어요. 결과물보다 더 남기고 싶은 건 그날 설정을 어떻게 바꿔가며 찍었는지입니다. 같은 렌즈, 같은 달인데 설정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졌거든요.

최종 결과물 (1초 노출 사진을 라이트룸 HDR 병합 후 크롭)
2025년 9월 8일 개기월식 시간
한국천문연구원 발표 기준으로 이날 개기식은 새벽 2시 30분에 시작해 3시 11분에 최대, 3시 53분에 끝났습니다. 제 첫 컷이 3시 5분, 마지막 컷이 3시 46분이니 개기식 후반 40분 정도를 담은 셈이에요.
40분 동안 바꾼 설정 4단계
사진 파일의 촬영 정보를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모두 200mm입니다.
| 시간 | 조리개 | 셔터 | ISO | 결과 |
|---|---|---|---|---|
| 03:05~03:06 | F5.6~7.1 | 1/5초 | 25600 | 노이즈 많음 |
| 03:13~03:25 | F2.8 | 1/80~1/4초 | 25600 | 밝지만 노이즈, 하늘이 회색으로 뜸 |
| 03:25~03:36 | F3.5~4 | 6~15초 | 100 | 깨끗하지만 달이 번짐 |
| 03:40~03:46 | F2.8 | 1~5초 | 100 | 1초에서 가장 선명 |
같은 달, 세 가지 설정 비교
말로 하는 것보다 직접 보는 게 빠릅니다. 원본에서 달 부분만 같은 크기로 잘라 나란히 놓았어요.
① ISO 25600 · 1/5초

셔터가 빨라서 달이 흔들리지는 않지만, 확대하면 자글자글한 노이즈가 가득합니다. 개기식 중의 달은 보름달보다 훨씬 어두워서 "셔터를 빠르게, 대신 ISO를 올리자"고 생각하기 쉬운데, R8 같은 풀프레임에서도 25600은 디테일이 많이 뭉개집니다.
② ISO 100 · 10초

노이즈는 사라졌는데 이번엔 달 가장자리가 두 겹으로 번졌습니다. 삼각대에 고정해도 지구가 자전하기 때문에 달은 계속 움직입니다. 하늘에서 달은 한 시간에 약 15°, 대략 2분이면 자기 지름만큼 이동해요. 200mm에서 10초면 달 지름의 1/12 정도를 움직이니 번질 수밖에 없습니다.
③ ISO 100 · 1초 (정답)

결국 가장 선명했던 건 F2.8 개방, 1초, ISO 100이었습니다. 조리개를 끝까지 열어 빛을 확보하고, 달이 움직이기 전에 끊을 수 있는 가장 긴 셔터를 고른 조합이에요. 흔히 쓰는 "500 법칙(500 ÷ 초점거리)"으로 계산하면 200mm에서 2.5초가 한계인데, 달처럼 확대해서 보는 피사체는 그보다 더 짧게 잡는 게 안전했습니다.
하늘이 회색으로 뜬 실패 컷

F2.8 · 1/4초 · ISO 25600 조합은 너무 밝아서 밤하늘이 회색으로 떠버렸습니다. 도시 불빛이 있는 곳에서는 고감도일수록 하늘이 뿌옇게 올라오니, 화면 전체 밝기보다 달의 밝기만 보고 노출을 맞추는 게 좋습니다.
달이 작게 나오는 문제와 HDR 병합

200mm로 찍어도 풀프레임 화면에서 달은 이 정도 크기입니다. 그래서 최종본은 1초 노출 사진을 라이트룸에서 HDR로 병합한 뒤 크게 잘라냈어요. 개기식 달은 붉게 그늘진 부분과 밝은 가장자리의 밝기 차이가 커서, HDR 병합을 하면 양쪽 디테일을 같이 살리기 좋습니다.

정리: 망원 70-200으로 개기월식 찍을 때
- 초점거리: 200mm 끝 (그래도 달은 작으니 크롭 전제로 찍기)
- 조리개: F2.8 개방
- 셔터: 1초 전후 (2초 넘어가면 달이 번지기 시작)
- ISO: 가능한 한 낮게, 100부터 시작
- 필수: 삼각대, 2초 타이머나 릴리즈로 셔터 흔들림 방지, 수동 초점(라이브뷰 확대로 달 가장자리에 맞추기)
- 보정: RAW로 찍고 HDR 병합 + 크롭
다음 개기월식은 2028년 12월 31일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다음 개기월식은 2028년 12월 31일 밤부터 2029년 1월 1일 새벽까지라고 합니다. 이번에는 달이 하늘 높이 뜨는 시간대라 관측 조건이 좋다고 하니, 그때는 처음부터 F2.8 · 1초 · ISO 100으로 시작해 볼 생각입니다. 개기월식을 처음 찍어보신다면 위 설정에서 출발해 보세요.
참고: 한국천문연구원 「9월 8일 개기월식 천문현상 예보」, 2028년 12월 개기월식 관련 자료
'출사 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대구 하중도(금호꽃섬) 가을 출사|코스모스·댑싸리·백일홍, 70-200 하나로 담은 하루 (0) | 2026.10.0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