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알오공브이(캐논 R50 V)를 들고 3박 4일 동안 973장을 찍은 기록을 정리했습니다. 써 보면서 가장 아쉬웠던 게 번들렌즈 RF-S 14-30mm F4-6.3이었는데, 같이 챙겨 간 RF 35mm F1.8로 찍은 사진과 비교하면 정말 차이가 나는지, 난다면 어디서 나는지 사진 기록과 원본 크기 크롭으로 확인해 봤어요.
먼저 정리
- 어두운 실내에서 번들은 ISO 중간값 1000~1425, 35mm F1.8은 320. 차이는 렌즈가 받는 빛의 양에서 나옵니다.
- ISO가 낮을 때 번들 화면 중앙은 생각보다 선명했어요. 아쉬운 건 밤 노이즈와 14mm 모서리.
- 35mm F1.8도 공짜는 아닙니다. 초점이 맞는 폭이 얇아서 가까운 음식 사진은 초점이 빗나가기 쉬웠어요.
조리개 차이 = 빛의 양 차이
번들렌즈는 14mm에서 F4, 30mm에서 F6.3까지만 열립니다. 35mm 단렌즈는 F1.8. 숫자로 보면 작은 차이 같지만, 받아들이는 빛의 양으로 바꾸면 꽤 큽니다.
| 비교 | 차이 | 같은 셔터라면 ISO |
|---|---|---|
| F4 (번들 14mm) vs F1.8 | 약 2.3스톱 | 약 5배 높아짐 |
| F6.3 (번들 30mm) vs F1.8 | 약 3.6스톱 | 약 12배 높아짐 |
빛의 양은 F값의 제곱에 반비례: (4÷1.8)² ≈ 4.9, (6.3÷1.8)² ≈ 12.3
이번 여행에서 셔터는 거의 1/60~1/80초로 고정돼 있었어요(조리개 우선 + ISO 자동). 셔터가 그대로면 모자란 빛은 전부 ISO로 메우게 됩니다.
실제 기록: 실내에서 ISO가 얼마나 올라갔나
| 장면 | 렌즈·조리개 | ISO 중간값 (최고) |
|---|---|---|
| 저녁 식당 ① (70장) | 번들 F4~F6.3 | 1250 (6400) |
| 점심 식당 (46장) | 번들 F5 | 1000 (6400) |
| 실내 전시관 (148장) | 번들 F4~F5.6 | 1425 (6400) |
| 저녁 식당 ② (55장, 조명 밝음) | 번들 F4.5~F5 | 320 (5000) |
| 저녁 식당 ③ (147장) | 35mm F1.8 | 320 (6400) |
장소마다 조명이 달라서 완벽한 같은 조건 비교는 아닙니다. 조명이 밝았던 저녁 식당 ②에서는 번들도 ISO 320이 나왔어요. 그래도 보통 밝기의 실내에서는 번들이 1000을 넘기는 일이 많았고, 35mm F1.8은 대부분 수백대에 머물렀습니다. 실내 전시관에서는 제가 F5.6까지 조여 찍은 사진이 많아 ISO가 더 올라갔는데, 14mm라면 F4까지 열 수 있었으니 이건 제 설정 탓도 있어요.

번들 30mm — F6.3 · 1/80초 · ISO 2000

RF 35mm — F1.8 · 1/80초 · ISO 200
비슷한 식당 조명에서 번들은 ISO 2000, 35mm는 ISO 200이었습니다. 휴대폰 화면 크기로는 둘 다 괜찮아 보여요. 차이는 크게 키웠을 때 보입니다.
원본 크기로 잘라 보면 ① 음식 사진
6000×4000 원본에서 가장 선명한 부분을 700×467 크기로 잘라 나란히 놓았습니다.

왼쪽: 번들 14mm F4 · ISO 1600 / 오른쪽: 35mm F1.8 · ISO 200 (위 게 요리 사진의 일부)
의외였어요. 번들렌즈 쪽은 ISO 1600인데도 조개껍데기 무늬가 또렷하게 남았습니다. 반대로 35mm F1.8 사진은 ISO가 낮은데도 흐릿해요. F1.8은 초점이 맞는 앞뒤 폭이 아주 얇아서, 가까이 있는 음식은 조금만 어긋나도 이렇게 됩니다. 번들이 무조건 흐린 렌즈는 아니고, 35mm F1.8은 가까운 거리에서 초점을 신경 써야 한다는 걸 확인했어요.
원본 크기로 잘라 보면 ② 밤 건물

번들 15mm — F4 · 1/80초 · ISO 4000

RF 35mm — F1.8 · 1/80초 · ISO 800

왼쪽: 번들 ISO 4000 부분 확대 / 오른쪽: 35mm ISO 800 부분 확대
밤에는 차이가 분명합니다. ISO 4000인 번들 사진은 건물 장식 경계가 뭉개지고 어두운 부분이 얼룩져 보여요. ISO 800인 35mm 사진은 벽돌 줄눈까지 남아 있습니다. 제가 "번들 화질이 별로"라고 느낀 건 대부분 이런 어두운 곳의 높은 ISO 때문이었어요.
원본 크기로 잘라 보면 ③ 14mm 모서리

같은 사진(14mm · F4 · ISO 125)의 왼쪽 위 모서리(왼쪽)와 중앙(오른쪽)
ISO가 낮은 낮 실내 사진인데도 14mm 모서리는 글씨가 번지고 늘어나 보입니다. 중앙은 과자 봉지 글자까지 또렷해요. 번들을 14mm에서 가장 많이 썼으니(783장 중 622장), 넓게 찍은 사진의 가장자리가 아쉽게 느껴진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럼 번들은 언제 쓰나

번들 14mm — F5.6 · 1/200초 · ISO 100
빛이 충분한 낮에는 ISO 100으로 찍히니 번들로도 충분했습니다. 35mm로는 담기지 않는 넓은 장면을 찍을 수 있다는 것도 번들만의 장점이에요.
- 낮·넓은 장면: 번들 14mm. 중요한 피사체는 화면 가운데 쪽에 두기
- 실내·밤: 35mm F1.8로 바꿔 끼우기. 번들을 써야 한다면 14mm에서 F4로 끝까지 열기
- 가까운 음식: 35mm면 F2.8~F4 정도로 살짝 조이면 초점 여유가 생깁니다
정리하면, 알오공브이 번들렌즈의 아쉬움은 "선명하지 않다"보다 "어두운 곳에서 빛이 모자라다"에 가까웠어요. 작은 몸집을 살리려면 밝은 단렌즈 하나를 같이 다니는 구성이 지금으로선 가장 만족스럽습니다.
촬영 정보: 2026년 10월 28~31일, 캐논 EOS R50 V + RF-S 14-30mm F4-6.3 IS STM PZ / RF 35mm F1.8 MACRO IS STM, JPG EXIF 기준. 크롭은 원본 6000×4000에서 잘라낸 것으로 보정하지 않았습니다. 장소마다 조명이 달라 같은 조건 비교가 아닌 점 참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