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렌즈 중에 카메라에 가장 오래 붙어 있는 건 캐논 RF 70-200mm F2.8 L IS USM입니다. 쓴 지 1년 정도 됐는데, 감으로 "이걸 제일 많이 쓴다"가 아니라 실제로 얼마나 썼는지 궁금해서 사진 파일의 촬영 정보를 전부 세어 봤어요.

168mm · F4 · 1/250초 · ISO 125 (EOS R6 Mark II)
숫자로 본 1년: 4장 중 3장이 이 렌즈
이 렌즈를 처음 쓴 2025년 9월부터 2026년 9월까지 출사 폴더에 남은 사진 20,650장(RAW와 JPG가 같이 있으면 한 장으로 셈) 중 15,536장, 약 75%가 이 렌즈로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35mm 단렌즈나 표준 줌도 있었는데 결국 이 렌즈만 남은 셈이에요.

더 재밌는 건 초점거리입니다. 단일 초점거리로 보면 70mm 끝(4,071장)과 200mm 끝(4,268장)이 압도적이었어요. 둘을 합치면 이 렌즈로 찍은 사진의 절반이 넘습니다. 넓게 담고 싶을 땐 끝까지 빼고, 당기고 싶을 땐 끝까지 당기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조리개는 F2.8 개방이 가장 많았지만(약 20%), F3.5~F5.6도 꽤 써서 생각보다 개방만 고집하진 않았어요.
70mm 끝: 배경까지 같이 담는 거리
70mm는 망원치고 화각이 넓은 편이라, 피사체와 배경을 함께 넣기 좋습니다. 걸어오는 강아지를 정면에서 잡거나, 정자 같은 건물을 주변 풍경과 함께 담을 때 주로 썼어요.

70mm · F2.8 · 1/3200초

70mm · F3.5 · 1/1000초 · ISO 100
100~170mm: 프레임 속 프레임
한옥 대문이나 기둥 사이로 강아지를 넣는 '프레임 속 프레임' 구도는 이 구간이 편했습니다. 멀리서 찍어도 배경이 압축돼서 문틀과 피사체가 한 화면에 꽉 차요.

111mm · F4 · 1/640초 · ISO 100

104mm · F4 · 1/200초 · ISO 100

77mm · F4 · 1/320초
200mm 끝: 꽃밭과 달
200mm는 꽃밭을 배경으로 쓸 때와 달을 찍을 때 제일 많이 썼습니다. 가을 꽃밭에서 200mm F2.8로 찍으면 배경이 물감처럼 번지고, 개기월식도 이 렌즈 200mm 끝으로 찍었어요. 두 경우 모두 이 블로그의 하중도 출사기와 개기월식 촬영기에 사진이 있습니다.
좋은 점
- 짧다: 줌을 70mm로 두면 길이가 146mm로, 70-200 F2.8치고 가방에 넣기 편합니다. (대신 200mm로 돌리면 경통이 앞으로 나옵니다)
- 손떨림 보정: 캐논 기준 5스톱. 개기월식처럼 삼각대가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손으로 들고 찍었습니다.
- 최단 촬영거리 0.7m: 망원인데도 꽤 가까이 붙어서 찍을 수 있어서, 가까이 다가온 강아지 얼굴도 담을 수 있어요.
아쉬운 점
- 무게: 렌즈만 약 1,070g입니다. R6 Mark II(670g)에 물리면 1.7kg 정도라, 하루 종일 들고 다니기엔 부담이 됩니다.
- 가격: L 렌즈답게 비쌉니다.
- 실내에선 너무 길다: 카페나 식당 안에서는 70mm도 답답해서, 실내 사진은 대부분 35mm 단렌즈로 찍었습니다.
정리: 이런 분께 추천
- 야외에서 반려견·인물을 배경 정리해서 찍고 싶은 분
- 꽃밭·축제처럼 다가가기 어려운 곳에서 찍는 일이 많은 분
- 무게보다 결과물이 우선인 분
1년 동안 4장 중 3장을 이 렌즈로 찍었다는 숫자가 결론인 것 같아요. 무겁고 비싸지만, 결국 출사 때 카메라에 붙어 있는 건 이 렌즈였습니다.
참고: Canon RF70-200mm F2.8 L IS USM 공식 사양(무게 약 1,070g, 최소 길이 146mm, 최단 촬영거리 0.7m, 필터 77mm, IS 5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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