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를 처음 잡으면 가장 헷갈리는 게 조리개 숫자입니다. F1.8, F4, F11… 숫자가 작을수록 렌즈 구멍이 크게 열린다는 말부터가 거꾸로 들리거든요. 이 글에서는 이론 설명은 짧게 하고, 제가 같은 자리에서 조리개만 바꿔 찍은 사진 4쌍과 EXIF 숫자로 조리개값 뜻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먼저 정리
- 조리개값(F값)은 렌즈 구멍 크기를 나타내는 숫자예요. 작을수록 많이 열리고(밝고, 배경이 흐림), 클수록 조여집니다(어둡고, 배경까지 또렷).
- F1.4 → F2 → F2.8 → F4 → F5.6 → F8 → F11 → F16 → F22, 한 칸 갈 때마다 들어오는 빛이 절반이 됩니다(1스톱).
- 제 사진에서 F1.8을 F7.1로 조이자 카메라가 셔터를 1/1250초 → 1/100초로 늦췄어요. 조인 만큼 다른 곳에서 빛을 메웁니다.

캠핑 매트 위 강아지 — 35mm · F1.8 · 1/1250초 · ISO 100
조리개값 뜻: 왜 숫자가 작을수록 많이 열릴까
F값은 '초점거리 ÷ 렌즈 구멍 지름'입니다. 35mm 렌즈에서 F1.8이면 구멍 지름이 약 19mm, F7.1이면 약 5mm예요. 그래서 F 뒤 숫자가 작을수록 구멍이 크다는 뜻이 됩니다. 분수(1/1.8, 1/7.1)로 생각하면 덜 헷갈려요.
빛의 양은 구멍의 넓이를 따라가기 때문에, F값이 1.4배(√2) 커질 때마다 빛은 절반이 됩니다. 그래서 조리개 눈금이 1.4, 2, 2.8, 4, 5.6, 8… 처럼 1.4배씩 늘어나요.
| 조리개 | F1.8 대비 빛의 양 | 배경 |
|---|---|---|
| F1.8 | 1 (기준) | 가장 많이 흐림 |
| F2.8 | 약 1/2.4 (1.3스톱) | 많이 흐림 |
| F5.6 | 약 1/10 (3.3스톱) | 조금 흐림 |
| F11 | 약 1/37 (5.2스톱) | 대부분 또렷 |
빛의 양 = (1.8 ÷ F값)². 배경 흐림 정도는 초점거리·피사체 거리에 따라 달라지는 대략의 경향입니다.
같은 강아지, F1.8과 F7.1

왼쪽 F1.8 · 1/1250초 · ISO 100 / 오른쪽 F7.1 · 1/100초 · ISO 100 — 둘 다 35mm, 5초 간격
캠핑 의자 옆에서 같은 강아지를 5초 간격으로 찍었습니다. 조리개 우선 모드라 조리개만 제가 바꿨고, 나머지는 카메라가 정했어요.
- 배경: F1.8에서는 뒤쪽 의자 다리와 신발이 뭉개지고, F7.1에서는 의자 다리 모양이 보입니다. 이렇게 초점이 맞아 보이는 앞뒤 범위를 심도라고 해요. 조리개를 열면 심도가 얕아지고, 조이면 깊어집니다.
- 밝기: F1.8 → F7.1은 약 4스톱(빛 1/16)입니다. 사진이 어두워지지 않게 카메라가 셔터를 1/1250초에서 1/100초로, 약 3.6스톱 늦췄어요. 숫자가 거의 맞습니다.
강아지가 가만히 있어서 1/100초로도 괜찮았지만, 뛰는 강아지였다면 흔들렸을 셔터입니다. 조리개를 조이면 이렇게 셔터나 ISO 쪽에서 대가를 치릅니다. 셔터 이야기는 이 시리즈 다음 글에서 따로 정리할게요.
카페 케이크, F1.8과 F10

왼쪽 F1.8 · 1/80초 · ISO 125 / 오른쪽 F10 · 1/60초 · ISO 2000 — 35mm, 14초 간격(구도는 조금 다름)
실내 카페에서는 셔터를 더 늦추기 어려워서, 조리개를 F10까지 조이자 ISO가 125에서 2000으로 올라갔습니다. F1.8 → F10은 약 5스톱이고, ISO 4스톱(125→2000) + 셔터 0.4스톱(1/80→1/60)으로 거의 메웠어요.
왼쪽은 케이크 뒤 컵과 손이 흐려서 케이크만 눈에 들어오고, 오른쪽은 접시·포크·컵까지 고르게 또렷합니다. 어느 쪽이 맞다기보다, 무엇을 보여 주고 싶은지에 따라 고르면 됩니다. 테이블 전체를 기록하고 싶으면 조이고, 케이크 하나를 보여 주고 싶으면 엽니다.
ISO를 고정하면: 셔터가 그대로 받아낸다

왼쪽 F1.8 · 1/4000초 · ISO 640 / 오른쪽 F9 · 1/160초 · ISO 640 — 35mm, 차 대시보드 위 피규어
이 두 장은 ISO가 640으로 같습니다. 그래서 조리개 차이가 전부 셔터로 갔어요. F1.8 → F9는 4.6스톱, 1/4000초 → 1/160초도 정확히 4.6스톱입니다. 조리개와 셔터가 한쪽을 줄이면 다른 쪽을 늘리는 관계라는 게 숫자로 그대로 보여요.
배경도 차이가 큽니다. F1.8에서는 창밖 건물이 색 덩어리로만 남고, F9에서는 횡단보도 줄무늬와 건물 창이 보여요.
반대로, 조리개를 잊고 F11로 찍었다면

왼쪽 F11 · 1/1250초 · ISO 12800 / 오른쪽 F2.8 · 1/1250초 · ISO 800 — 35mm, 18초 간격
이번엔 EXIF로 보면 실수에 가까운 기록입니다. 수동(M) 모드에서 셔터 1/1250초, 조리개 F11이었고 ISO는 장마다 달라서 ISO 오토였던 것으로 보여요. 천막 아래라 ISO가 12800까지 올라갔습니다. 18초 뒤 F2.8로 열자 ISO가 800으로 내려왔어요. F11 → F2.8은 약 4스톱, ISO 12800 → 800도 정확히 4스톱입니다.
M 모드 + ISO 오토에서는 조리개가 조여져 있어도 사진이 어두워지지 않으니 알아채기 어렵습니다. 같은 실수를 EOS R8 시절 1,120장에서 정리한 글이 M 모드 + ISO 오토로 강아지 찍을 때 조리개를 잊으면이에요. ISO가 높아지면 화질이 어떻게 되는지는 이 시리즈 다음 글(ISO 편)에서 100% 크롭으로 비교합니다.
배경 흐림은 조리개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200mm · F2.8 · 1/1000초 · ISO 100 (EOS R8 + RF 70-200mm F2.8)
같은 F값이라도 초점거리가 길수록, 피사체에 가까울수록, 배경이 멀수록 배경이 더 흐려집니다. 위 사진은 F2.8이지만 200mm라 뒤쪽 의자와 벽이 크게 뭉개졌어요. 같은 장소에서 200mm로 F2.8과 F5.6을 비교한 기록은 뛰는 강아지 200mm, F2.8 vs F5.6 조리개별 비교에 정리했습니다.

35mm · F8 · 1/250초 · ISO 100 — 강아지 세 마리와 뒤쪽 깃발·담장까지
반대로 강아지 여러 마리와 장소를 같이 담고 싶을 땐 조입니다. 35mm에 F8이면 앞줄 강아지부터 뒤쪽 깃발까지 대부분 또렷하게 남았어요. 밝은 낮이라 F8에서도 셔터 1/250초, ISO 100이었습니다.
제 기록으로 본 조리개 고르는 기준
캐논 미러리스로 찍은 사진 11,884장 중 F2.8 이하가 2,133장, F8 이상이 1,653장이었습니다. 처음 시작하신다면 이렇게 나눠 보세요.
- 강아지 한 마리를 돋보이게: 렌즈에서 가장 작은 F값(최대 개방). 단, 너무 가까우면 코만 맞고 눈이 흐려질 수 있어 한 두 칸 조이는 것도 방법이에요.
- 여러 마리·장소까지: F5.6~F8.
- 어두운 곳: 최대한 열기. 조이면 셔터가 늦어지거나 ISO가 올라갑니다.
정리
- 조리개값 뜻: 렌즈 구멍 크기. F값이 작을수록 많이 열리고, 밝고, 배경이 흐립니다.
- 한 칸 = 빛 절반: F1.8 → F7.1(약 4스톱)에서 셔터가 1/1250 → 1/100초로 늦어졌습니다.
- 조인 만큼 어딘가에서 메운다: ISO 고정이면 셔터가, 셔터 고정이면 ISO가 움직입니다(F11에서 ISO 12800, F2.8에서 800).
- 이 시리즈 다음 글에서는 ISO와 셔터스피드를 같은 방식으로 정리합니다.
촬영 정보: 캐논 EOS R6 Mark II + RF 35mm F1.8 MACRO IS STM(01~05·07), EOS R8 + RF 70-200mm F2.8 L IS USM(06). JPG EXIF 기준, 스톱 수는 EXIF 값으로 계산. 사람 얼굴이 나온 사진은 싣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