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 F2.8 렌즈를 쓰면 "무조건 F2.8로 열어야 배경이 날아가서 예쁘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그런데 뛰는 강아지를 찍을 때도 그럴까요? 올해 5월과 6월, 같은 애견 운동장(대구 도남개생활연구소)에서 R6 Mark II + RF 70-200mm F2.8로 찍은 사진 중 200mm 부근(190mm 이상) 273장을 조리개별로 나눠 봤습니다.

F2.8 · 1/2000초 · ISO 100 · 200mm (6월 오전)
조리개별로 나눠 보면
| 조리개 | 컷 수 | 셔터 중앙값 | 가장 느린 셔터 | ISO |
|---|---|---|---|---|
| F2.8 | 48 | 1/2000 | 1/1000 | 100 |
| F3.2~F4 | 40 | 1/1000~1/1600 | 1/500 | 100 |
| F4.5 | 83 | 1/800 | 1/250 | 100 |
| F5.0 | 30 | 1/640 | 1/320 | 100~125 |
| F5.6 | 59 | 1/500 | 1/250 | 100~500 |
| F7.1 | 13 | 1/250 | 1/200 | 100~125 |
모두 맑거나 흐린 오전(10~12시) 야외 사진이라 ISO는 거의 100에 머물렀고, 조리개를 조일수록 셔터가 그대로 느려졌습니다. F2.8에서는 셔터 중앙값이 1/2000초였는데 F5.6에서는 1/500초, F7.1에서는 1/250초까지 내려가요. 조리개 1스톱마다 셔터가 1스톱씩 느려지는, 노출 공식 그대로의 모습입니다.
가장 느린 셔터가 1/200~1/250초 근처에서 멈추고 그 아래로는 거의 안 내려간 걸 보면, ISO 오토의 최저 셔터 설정(200mm에서 대략 1/200초 전후)이 걸린 것으로 보입니다. 이보다 어두우면 ISO가 올라가는 구조예요. F5.6 컷 일부에서 ISO가 500까지 오른 이유도 이걸로 보여요.
사진으로 비교: 배경이 얼마나 남는가

F3.2 · 1/1600초 — 뒤의 테라스와 의자가 형태만 남고 뭉개짐 (5월)

F3.5 · 1/1000초 — 바닥 돌길이 강아지 앞뒤로 빠르게 흐려짐 (6월)

F4.5 · 1/1000초 — 배경 잔디와 벽은 여전히 충분히 흐림 (6월)

F5.0 · 1/800초 (6월)

F5.6 · 1/800초 — 뒤의 테이블·의자 다리 윤곽이 알아볼 만큼 살아남 (5월)

F7.1 · 1/250초 · 가까이 다가온 컷 — 거리가 가까우면 F7.1이어도 배경은 거의 날아감 (5월)
200mm에서는 F5.6까지 조여도 배경이 생각보다 많이 흐립니다. F2.8과 F5.6의 차이는 "배경이 날아가냐 안 날아가냐"보다는 "뒤에 있는 물건의 윤곽이 보이냐"에 가까워요. 운동장처럼 뒤에 의자·펜스·사람 다리가 많은 곳이라면 F2.8의 장점이 분명하고, 잔디만 깔린 곳이라면 F4.5~F5.6도 충분히 깔끔하게 정리됩니다.
심도로 보면: 200mm F2.8은 생각보다 얇다
EXIF에는 촬영 거리가 없어서, 운동장에서 흔한 5·10·15m 거리를 가정하고 공식으로 계산해 봤습니다(풀프레임, 200mm 기준).
| 거리 | F2.8 | F4 | F5.6 | F7.1 |
|---|---|---|---|---|
| 5m | 약 10cm | 약 14cm | 약 20cm | 약 26cm |
| 10m | 약 41cm | 약 59cm | 약 82cm | 약 105cm |
| 15m | 약 93cm | 약 133cm | 약 187cm | 약 238cm |
5m 거리에서 F2.8이면 초점이 맞는 앞뒤 폭이 10cm 남짓입니다. 소형견 얼굴 길이 정도예요. 강아지가 정면으로 달려오면 코와 눈 중 하나만 맞는 일이 생기기 쉽고, AF가 조금만 늦어도 얼굴 전체가 흐려집니다. F5.6이면 같은 거리에서 약 20cm로 두 배가 돼요.
F를 조여도 해결 안 되는 경우: 강아지가 둘일 때

F4.5 · 1/640초 — 초점은 뒤쪽 강아지, 앞을 가로지른 강아지는 흐림

F5.6 · 1/500초 — 같은 상황. F5.6이어도 앞뒤 거리 차이를 덮지 못함
두 마리가 몇 m씩 떨어져 있으면 F5.6도 둘 다 담지 못합니다. 이럴 때는 조리개보다 어느 강아지에 초점을 줄지 고르는 게 먼저예요. 동물 눈 인식 AF가 앞을 지나가는 강아지로 옮겨 가지 않도록, 추적할 강아지를 한 번 지정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정리: 상황별로 이렇게
- 배경이 지저분하고 빛이 충분할 때: F2.8 + 1/2000초. 배경 정리가 가장 확실하고 셔터도 넉넉합니다. 대신 정면으로 달려오는 컷은 초점이 얇아 맞는 비율이 떨어질 수 있어요.
- 잔디처럼 배경이 단순할 때: F4.5~F5.6. 배경은 충분히 흐리고 심도는 두 배 가까이 여유가 생깁니다. 셔터가 1/500~1/800초로 내려오니 뛰는 장면이면 셔터가 1/1000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지만 확인하세요.
- F7.1 이상: 맑은 날 오전에도 셔터가 1/250초까지 내려왔습니다. 뛰는 강아지에는 느린 편이라, 가까이에서 가만히 있는 장면용으로 남겨 두는 게 좋아요.
정리하면, 200mm에서는 "무조건 F2.8"보다 배경이 복잡하면 F2.8, 단순하면 F4.5~F5.6으로 나눠 쓰는 게 합리적입니다. 배경 정리와 심도 여유 중 무엇이 더 필요한 장면인지로 고르면 돼요.
촬영 정보: 2026년 5월 2일·6월 21일 오전, 캐논 EOS R6 Mark II + RF 70-200mm F2.8 L IS USM, 사진 파일 EXIF 기준. 심도는 허용착란원 0.03mm로 계산한 이론값이며 실제 거리는 사진에 기록되지 않아 가정한 값입니다.